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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MBTI 테스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분류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편견과 스테레오타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분류 체계의 이해와 그로 인한 차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1. MBTI, 도구에서 분류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합니다. 성격이 다르다 보니, 때로는 충돌이 불가피하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많은 사람들이 MBTI와 같은 성격 테스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존중함으로써 조직 내에서 협업을 더 효율적으로 이루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 미국의 많은 기업들에서는 회사 워크숍이나 팀 빌딩 프로그램에서 이런 성격 테스트를 활용합니다. MBTI, 니아그램, 빅 5, 인사이트 디스커버리 등 다양한 성격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팀워크를 더욱 향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성격 테스트가 인간을 단순화하고 분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인류학적으로 보면, 도시가 생기기 전까지는 개별 사람의 스토리와 성격을 이해하고 그것에 따라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생겨나면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을 분류하고 평가하는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간 분류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사람을 일을 하기에 적합한 집단, 권력층을 돕기에 적합한 집단, 권력을 행사하기에 적합한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이후 중세 시대에는 사람들을 군인, 농민, 교육자 등의 직업에 따라 분류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는 IQ 테스트를 통해 사람들을 분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사회에서의 사람들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류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류 체계에 너무 진지하게 의존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나와 같은 MBTI를 가진 사람만 친구로 하겠다" 또는 "나와 다른 MBTI를 가진 사람은 고용하지 않겠다"라는 식의 생각을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차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런 분류 체계를 이용할 때에는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 인간의 성격 변화에 따른 MBTI의 한계
한국에서 MBTI 테스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한국사람들이 특별히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보기보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도 사람들은 MBTI나 혈액형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종교, 인종, 지역 등으로 사람들을 분류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 사람들은 문과는 못 하지만 과학과 수학은 잘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또한, 인도 출신은 모두 컴퓨터를 잘하고, 남미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등의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합니다. 이런 분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현재 우리는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분류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유년기를 즐겁게 보내다가 청소년기가 되면서부터 분류가 시작됩니다. 너는 문과, 너는 이과, 대학교에서는 전공이 결정되고, 남자들은 군대에서 보직이 결정됩니다.
이렇게 세분화되는 학창 시절의 분류는 결국 "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이러한 부담감은 우리 시대의 많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어릴 때부터 분류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이는 어른이 돼서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너는 그 학교 출신이니까", "너는 그 전공이니까"와 같은 판단들이 계속되어, 사람들은 자신이 30년 전에 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시절의 분류에 얽매여 있게 됩니다.
그러나, 한 신경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성격은 4년 주기로 재정리된다고 말했습니다. 즉, 4년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과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사람의 성격이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MBTI와 같은 성격 테스트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사람의 성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MBTI는, 사람이 상황에 따라 성격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MBTI가 불편한 이유입니다. 사람의 성격은 그저 한 가지 분류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관계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재창조와 적응의 시대로
우리의 직업과 교육 관련된 관념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읽은 책 '레오'에서는 이에 관한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직업은 한 가지 일만 하며 은퇴를 바라보는 삶이 아니라, 여러 커리어를 경험하는 삶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나를 새로 발명하라(reinvent yourself)'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도전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직업관의 변화와 함께 교육관도 변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다 보면,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나이대의 사람들이 같이 공부하는 고등 교육 기관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이 구축되면, 세대 간의 갈등도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조세프 헨릭이 쓴 'The Secret over our success'라는 책에서는, 분업이 개인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부족 단위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부족이 특정한 일을 잘하면, 다른 부족들이 그들과 물물교환을 하게 되면서 그 부족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 일만 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특정 가문의 후손들이 특정 일만 하는 관념이 생겼습니다.
근대 사회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내 평생의 직업이 옛날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이 전문화했던 일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근대와 혁명은 이를 바꿔놓았습니다. '나는 대장장이의 아들이지만 나는 예술가가 될래' 또는 '나는 농부의 아들이지만 나는 학자가 될래'라는 생각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처럼 각 대마다 자기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시대가 중세에서 근대로의 변화였다면, 20세기에서 21세기의 변화는 자신을 재창조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생활 패턴인 '유년기에 놀다가, 청소년기에 공부하고, 성인기에 일하다가, 노년기에 쉬는' 패턴에서 벗어나 '일도 하지만,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래 살고, 기술 때문에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삶에서 더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